길음동 주민 구술 기록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.
"가정에서는 10W 짜리, 10W, 20W 요정도 밖에. 많이 써야 60W 쓰는데, 60W는 쓰지를 못 해. 불이 안 들어와."
읽고 지나치기 쉬운 문장입니다. 그런데 이 말이 실제로 어느 정도 상황이었는지는 지금 수치와 맞춰봐야 감이 옵니다. 그래서 서울시 전력 통계와 한국전력 요금표, 그리고 증언에 등장하는 당인리 발전소의 현재 자료를 붙여봤습니다.
1. 한 집이 한 달에 쓴 전기는 얼마였나
증언에 나오는 기기 구성으로 사용량을 계산해봤습니다. 전구를 하루 5시간 켠다고 가정한 값입니다.
| 시기 | 기기 구성 | 월 사용량 | 현재 대비 |
|---|---|---|---|
| 1950년대 | 10W 전구 1개 · 5시간 | 약 1.5 kWh | 1/197 |
| 1960년대 | 20W 전구 2개 · 5시간 | 약 6 kWh | 1/49 |
| 1970년대 | 전구 2개 + 흑백TV 120W 3시간 | 약 16.8 kWh | 1/18 |
| 2024년 서울 평균 | 가구당 실측값 | 296 kWh | 기준 |
1960년대 길음동 한 집과 지금 서울 한 집의 차이는 약 49배입니다. 흑백 TV가 들어온 1970년대와 비교해도 18배입니다.
2024년 서울 가구당 월평균 전력소비량 296kWh는 서울시가 한국전력 통계를 근거로 집계한 값입니다. 참고로 이 수치는 2018년 299kWh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.
2. 못 켜던 60W, 지금은 8W로 켠다
60W 백열전구의 밝기는 약 800루멘입니다. 오늘날 같은 800루멘을 내는 LED 전구는 8~10W면 충분합니다.
| 구분 | 1950~60년대 | 현재 |
|---|---|---|
| 광원 | 백열전구 | LED |
| 같은 밝기에 필요한 전력 | 60W | 8~10W |
| 가정에서 사용 | 불가 (전력 부족으로 소등) | 상시 사용 |
| 야간 공급 | 22시 이후 중단 | 24시간 |
전구가 밝아진 게 아닙니다. 같은 빛을 6분의 1 전력으로 내게 된 것입니다. 그 차이가 "불이 안 들어와"와 "그냥 켠다"를 가릅니다.
증언에는 계량기 이야기도 나옵니다. 계량기가 비싸 모든 집에 달지 못했고, 그래서 기본료만 내고 쓰는 집이 많았습니다. 요금을 못 내 전기가 끊기면 철사로 이어 쓰는 '도둑 전기'가 생겼고, 발각되면 몇 배의 벌금을 물었습니다. 자세한 증언은 칠흑 같던 밤이 밝은 빛으로 - 전기 이야기에 있습니다.
3. 지금 요금으로 환산하면
현재 한국전력 주택용 저압 요금(기타계절 기준)으로 위 사용량을 계산해봤습니다.
| 시기 | 월 사용량 | 현재 요금 기준 전기요금 | 청구액(세금 포함) |
|---|---|---|---|
| 1950년대 수준 | 1.5 kWh | 약 1,090원 | 약 1,230원 |
| 1960년대 수준 | 6 kWh | 약 1,630원 | 약 1,837원 |
| 1970년대 수준 | 16.8 kWh | 약 2,926원 | 약 3,298원 |
| 2024년 서울 평균 | 296 kWh | 약 46,202원 | 약 52,069원 |
주의할 점이 있습니다. 이건 "그때 요금"이 아니라 "그때 사용량을 지금 요금표에 넣은 값"입니다. 당시 실제 요금은 증언에 금액이 남아 있지 않아 환산할 수 없습니다. 과거 가격의 현재가 환산은 별도 글에서 다뤘습니다.
그래도 이 표가 말해주는 건 분명합니다. 지금 기준으로는 월 2,000원어치도 안 되는 전기를 두고, 당시엔 요금을 못 내 끊기고 철사를 잇는 일이 벌어졌습니다.
4. 증언에 나온 그 발전소는 지금도 돌아간다
구술 기록에는 "마포구 당인동에 있던 서울 화력 발전소에서 서울 시내에 모든 전기를 공급하였다"는 대목이 나옵니다. 이 발전소를 추적해보니 지금도 가동 중이었습니다.
| 시기 | 내용 |
|---|---|
| 1930년 11월 | 당인리화력발전소 개업, 1호기 10MW |
| 1969년 11월 | '서울화력발전소'로 명칭 변경 |
| 1970년대 | 서울 전력공급의 75% 담당 |
| 2013년 7월 | 세계 최초 대규모 도심 지하발전소 착공 |
| 2019년 11월 | 서울복합 1·2호기 800MW 상업운전 개시 |
1930년 10MW로 시작한 발전소가 지금은 800MW입니다. 80배입니다. 지상은 공원이 되고 설비는 지하 35m로 내려갔습니다. 현재 서울 370만 가구 중 약 190만 가구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.
길음동에 전기가 일찍 들어온 이유가 일제강점기 화장터 전선이었다는 사실과 이어 놓고 보면, 한 동네의 전기 이야기가 곧 서울 전력사의 축소판이었던 셈입니다. 전체 연표는 길음동 생활사 데이터 연표에 정리해두었습니다.
5. 정리
- 49배. 1960년대 길음동 한 집과 2024년 서울 한 집의 월 전력사용량 차이입니다.
- 6분의 1. 그때 못 켰던 60W 전구의 밝기를 지금 LED가 쓰는 전력 비율입니다.
- 80배. 증언 속 당인리 발전소가 1930년 이후 늘린 설비용량입니다.
- 당시엔 지금 기준 월 2,000원어치 전기를 두고 요금 체납과 '도둑 전기'가 있었습니다.
개별 증언은 칠흑 같던 밤이 밝은 빛으로 - 전기 이야기, 과거 성북구 길음동의 난방과 조리 이야기 - 따뜻하게 몸과 마음을 녹이다에서, 같은 시기 물 사정은 과거의 길음동에서는 여러 명이 나누어 쓰던 물 - 수도 이야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.
자주 묻는 질문
Q1. 1960년대 가정은 전기를 얼마나 썼나요?
구술 증언의 기기 구성(20W 전구 2개, 하루 5시간)으로 계산하면 월 약 6kWh 수준입니다. 2024년 서울 가구당 평균 296kWh의 약 49분의 1입니다.
Q2. 왜 60W 전구를 쓰지 못했나요?
당시 가정에 공급되던 전력이 부족해 60W를 켜면 불이 꺼졌기 때문입니다. 증언에 따르면 10W나 20W 전구가 표준이었고, 밤 10시 이후에는 아예 전기를 주지 않았습니다.
Q3. 60W 백열전구는 지금 LED로 몇 W인가요?
60W 백열전구의 밝기는 약 800루멘이고, 같은 밝기를 내는 LED는 8~10W 수준입니다. 약 6분의 1 전력입니다.
Q4. '도둑 전기'는 무엇인가요?
요금 미납으로 끊긴 전기를 철사로 이어 몰래 쓰던 일입니다. 당시 계량기가 비싸 설치하지 못한 집이 많아 기본료만 내고 쓰는 경우도 흔했고, 도둑 전기가 발각되면 몇 배의 벌금을 물었습니다.
Q5. 당인리발전소는 지금 어떻게 됐나요?
서울화력발전소를 거쳐 서울복합화력발전소로 운영 중입니다. 2013년 지하화 공사를 시작해 2019년 11월 800MW 규모로 상업운전을 재개했습니다. 지상부는 공원으로 개방됐습니다.
데이터 출처: 서울시 에너지정보 가구당 전력소비량(2024) · 한국전력 주택용 전력 요금표 ·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 · 길음동 주민 구술 기록 시리즈